 역자 서문
번역자는 2010년 여러 법학자들과 함께 「EU법 강의」라는 책을 출간한 바 있고, 이로부터 2년이 지난 2012년 이 책의 제2판을 출간하게 되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음에도 이 책은 적지 않은 독자들의 관심을 받았고, 잘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 우리나라 독자들이 EU에 대해 상당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 확인할 수 있었다. 2016년 6월 23일 브렉시트(Brexit)가 결정되면서 EU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더 커졌을 것인데, 그러던 차에 개론서를 하나 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러 책을 검토하던 중에 일본서의 번역을 결정하게 되었다.
본서의 원전은 일본 와세다 대학교 나카무라 타미오 교수의 「EUとは何か - 國家ではない未來の形 -
」이고, 이를 우리말로 옮기면, 「EU란 무엇인가-국가가 아닌 미래의 형태-」정도가 될 것이다. 2015년 3월에 초판이 출간된 바 있는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유럽연합으로 칭하는 EU에 대해 알기 쉽고 친근하게 접근한 입문서로 EU의 역사, 조직 및 제도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해 번역하게 되었다. 기존에도 EU를 소개하는 책은 더러 있었지만, 한정된 분량과 절제된 서술을 통해 EU의 제도적 측면 전반을 설명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았다. 보다 접근하기 편한 방법으로 EU를 소개하고, 더욱 깊이 있는 연구에 초석을 놓는 것이 이 책의 역할이자 목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EU의 특정 분야/법제에 대한 연구서는 어느 정도 활발하게 출간되고 있으나, 막상 입문 단계에서 EU의 전모(全貌)를 아우르는 책이 많지 않고, 더욱이 EU의 기초를 이해하지 못해 전문분야에 대한 연구에서 오류를 범하는 예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본서의 번역이 이러한 공백과 흠결을 메울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본서는 EU를 ‘유럽 사람들의 살아있는 거대 정치 프로젝트’로 규정하면서 그 전체상을 총 5개의 장으로 정리하고 있다. 이 책의 제1장에서는 EU의 존재 이유, 제2장에서는 EU의 기능, 제3장에서는 EU의 구조와 운영, 제4장에서는 EU와 세계와의 관계, 마지막으로 제5장에서는 EU의 미래에 대해 다룬다. 앞서 언급된 브렉시트와 시리아발 난민 행렬이 국제문제로 비화되는 등 EU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크게 변화하자, 이를 반영하여 2016년 10월 원서의 제2판이 나오게 되었다. 본 번역서는 제2판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본서는 어디까지나 일본에서 출간되어 일본 교수의 시각에서 작성되었으므로, 각종 통계나 제도 비교가 일본을 기준으로 이루어진 점에서, 또 그 서술에서 일본의 입장이 다분히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독자 입장에서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점을 비교해 가며 약간은 다른 일본의 문화와 사회현상을 함께 엿보는 재미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본서가 나오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먼저 이 책의 번역을 허락해주신 일본 와세다 대학교 나카무라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이 책의 출간을 허락해주신 박영사 안종만 회장님께 감사드리며, 본서의 번역과 출판과정에서 큰 도움을 주신 연세대학교 SSK 기후변화와 국제법 연구센터에서 연구교수로 재직 중인 김유철, 이일호 박사와 재직했던 김승민 박사에게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끝으로 책을 꼼꼼하게 다듬고 세밀한 부분까지 챙겨주신 박송이 선생님께도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주제를 막론하고 양서(良書)가 활발하게 번역되어 학술적 교류에 큰 도움이 되길 바라며, 본서가 그러한 교류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공동번역 집필진을 대표하여
2018년 4월 봄의 기운이 완연한 광복관에서 박덕영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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